<여행> 뱃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동해시 논골담길
- 애국가의 일출배경에 나오는 촛대바위가 있는 곳 동해시
강원도 동해시는 촛대바위와 인근에 최근 설치된 출렁다리를 비롯해 감추사,천곡동굴,묵호동의 논골담길 등 여러 명소가 곳곳에 있다.
가을바다의 향기가 짙어지는 9월 말, 동해시의 수많은 명소 중에 바닷가 사람들의 애환이 발길마다 스며있는 논골담길을 찾았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논골담길은 묵호등대로 이어지는 골목길로 지금은 모두 없어진 70~80년대 논골담길 주변에 있었던 상점 등을 골목길의 담벽에 그려 넣어 옛추억을 되새기게 했다.
묵호등대를 오르는 길 양옆으로 담장벽에 그려진 벽화를 보노라면 이곳 사람들의 고단했지만 당시에 행복했었던 삶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지영미 동해시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이곳 묵호 논골담길에서 자란 아이들은 7~8살이 되면 모두 철이 든다고 한다.
남자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가파르고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골목길을 따라 연탄꾸러미를 나르고 여자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채 입학하기도 전에 설겆이와 밥은 기본이고 빨래까지도 할 줄 안다고 했다.
또 10살 남짓 되면 아이들은 아버지가 갓 잡아온 물고기를 등에 둘러메고 산꼭대기에 있는 덕장까지 오르기를 밥먹듯이 했다고 한다.
바닷물처럼 짜고 힘든 일상의 나날들이었지만 모처럼 만선의 기쁨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 온가족이 기뻐했을 그 모습을 떠올리니 내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절로 든다.
논골담길 정상 주변에는 푸르고 시원한 동해 앞바다를 배경으로 작은 카페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앞 울타리에는 동해시 시인들의 시가 투명유리 속에 담겨있다.
지금은 산업화와 더불어 일자리를 찾아 이곳에 살던 옛 주민들은 거의 떠나고 없지만, 언젠가는 논골담길에서 친구들과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골목길에서 뛰어놀던 동네꼬마 녀석들의 씨끄러운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오기를 기대해 본다.
류성목